2018/12/05 13:15

연말 맞이 후원 정리 떪은 감

남들은 불우이웃을 생각한다는 연말연시. 나는 연말을 맞아 한 군데 회원 정리를 하고, 또 한 군데에는 항의메일을 보냈다.

회원 정리를 한 A단체에는 가입한 지 벌써 5년이 넘은 것 같다. 그 동안 회비를 안 낸 적도 없었고, 지금 생각해 보니 소식지에 청탁 받아 글도 썼었어… 나의 해지 사유는 ‘개인정보 유출 의심'이다.

사건의 발단은  A단체의 전 사무처장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에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것이다. 이 분이 내게 페이스북 친구를 신청할 때만 해도 지역의 다른 단체 사람들과 얽혀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도 선거운동을 해본 입장에서 최대한 정보를 모아 SNS를 활용한다는 데에 전혀 의의가 없다.

이 분이 출판기념회를 한다는 소식을 보며 시민사회단체 출신이라도 별 수 없구나, 출마의 수순을 밟는구나 했다. 후보로 나가려면 출판기념회를 며칠 전까지 해야 하고,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필요가 없고 등등의 이유로 내년 선거를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후보가 11~12월에 출판기념회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이조차 관대하다. 선거에는 돈이 들고, 유권자에게 어떻게든 이름을 알려야 하지 않는가.

나를 빡치게 한 것은 출판기념회를 한다고 집으로 초청장이 온 것이다. 아시다시피 내가 이 집에 이사온 지 3개월이다. 집주소는 인터넷에서 수집하기 힘든 정보이지 않은가. 이 사람이 사무처장을 한 A단체에서 정보가 나왔다는 의심이 합리적이었고, 더듬어 보니 페이스북 친구도 A단체의 이메일 정보를 가지고 신청했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늘 단체 후원을 끊었다. 전화를 받으신 분은 전 사무처장을 개인적으로 지원하고는 있지만 회원정보 유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응,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멀쩡히 오랜 동안 후원해 온 A단체와 관계를 끊은 것이다.

두 번째, 항의 메일을 보낸 B단체는 정말 순수한 의미의 기부를 한 곳이다. 기부보다는 후원을, 후원보다는 활동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기부만 하고 있는 곳은 이제 없다.

작년에 뭔가 해외에서 대단한 일이 터져서(기억이 안 난다. 지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긴급구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B단체를 통해 일시후원(사실상의 기부)을 했다. 말했다시피 기부는 내 원칙에 맞지 않고, 이미 후원하고 있는 곳만 해도 내 소득에 비해 넘친다. 그래도 사람이 당장 죽어가는데, 원칙만 고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B단체에서 전화가 와서 현지의 상황이 어려우니 그 해만이라도 계속 후원을 해달라고 했다. 봉사단체는 애프터가 확실하구나, 운동권도 배워야 해라고 생각하며 그 해 내내 후원을 했다. 약속한 그해가 지났다. 또 전화가 왔다. 정기 후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그해에만 하기로 약속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거절을 했다.

그렇게 B단체와의 인연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어느 날, 내가 내는 후원금이 안 들어오고 있다며 계좌를 확인해 달라는 우편이 왔다. 일괄적으로 보내는 우편이니까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일이겠지만, 일시적으로 후원하고 말 것을 그쪽 사정으로 몇 달이나 했더니, 후원한다고 해놓고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 같아 또 빡침…

연말을 맞아 B단체에 항의 메일을 띄우고 개인 정보 지울 수 있으면 지워 달라고 했다.

다가오는 내년에는 내가 후원을 받아야 할 지경인 걸.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나를 빡치게 하지 마시오들.


2018/12/05 13:11

천일의 약속 | 저지레 치는 털팔이 마누라의 감상 달콤한 레몬

가끔 미국 드라마, 영국 드라마, 개그콘서트 정도 보는 TV. 모처럼 서너 편이라도 본 요즘 한국 드라마가 ‘천일의 약속'이다. 김수현 작가 특유의 그리스 비극처럼 자존심을 지키려는 인물들이 볼만하다.

꼬박 챙겨 보지는 않아도 어느 채널에서라도 하고 있으면 잠깐 멈춰서 본다. 그 이유는 '치매'라는 주제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젊은 여주인공은 치매에 걸려 죽는다. 다른 이들의 감상평을 살펴보니 무슨 치매 환자가 저리 고상을 떠냐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똥오줌 싸는 모습이 안 나와서인가 보다.

나는 여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해 보느라, 꼭 벽에 똥칠 안 해도 충분했는데… 왜 감정이입을 했느냐… 남편의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은 평소에 나를 두고 “털팔이 마누라가 저지레를 치고 다닌다"고 한다. 

일례로 주인공 서연이 치매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 물건을 위태위태하게 두는 것이다. 컵을 탁자 끝에 걸쳐 둔다든가 하는 식으로… 우연히 본 장면에서 서연은 걸레를 짜서 세면대 끝에 걸쳐 둔다. 당연히 걸레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걸 주으려다 거리 가늠을 못해 세면대에 머리를 심하게 찧는다. 서연은 엉엉 울고 남편이 발견해 응급실로 데려간다. 난 서연이 서럽게 울 때의 마음이 십분 이해됐다. 아파서이기보다 걸레를 그렇게 둔 것, 머리를 부딪친 것 이 모든 상황 자체가 너무나 황망한 것이다.

난 야무진 서연과 달리 평생을 그러고 살았으니, 새삼 악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제발 부모형제는 잊어버려도 좋으니까 남편만은 기억 속에 붙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지금 사고치는 걸로 충분하니 늘그막에 남편 고생도 안 시켰으면 좋겠다.

*털팔이_더펄이의 방언. 더펄이는 붙임성이 있고 행동이 활발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성격이 급해서 실수를 잘하는 것을 가르킨다.

**저지레_일이나 물건에 문제가 생기게 만들어 그르치는 일.


2017/12/31 23:59

방명록 시큼한 포도


2017/10/11 18:26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과 그 전후에 해야하는 일들 떪은 감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를 인터넷에서 많이 검색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였으나 막상 법원에 가보니 미비한 것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7년 10월 11일 서부지방법원에 신청한 임차권 등기와 그 전후 사항에 관한 정보를 올린다. 신청서류의 각 항목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해하기 편할 것 같다. 사진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준 신청서류 안내문이다.
법원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한 건물의 해당 지방법원에 가야 한다. 나의 애물단지는 은평구에 있으므로, 은평구를 관할하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찾았다.

1. 임차권등기명령신청서 1부

법원 사이트에 들어가도 있고 법원 창구에도 있다. 이왕이면 내용을 미리 정리해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신청 취지에는 임대차계약상 물건 정보를 쓰고 임대인에 대항력을 갖기 위해서라고 대충 쓰면 된다. 이거야말로 검색을 통해 쉽게 참고할 수 있다. 나는 신청까지 이르게 된 임대인과의 지난 과정을 간단하게 서술하여 별지로 첨부하였다.

2. 인지, 3. 송달료, 4. 증지, 이것들의 법원 제출용 영수증

지방법원마다 은행이 건물 안에 있다. 신청서 쓰고 내면 된다. 법원제출용 영수증을 준다. 금액을 확인해야 하므로 사전에 법원창구에서 안내를 받고 내라는 금액을 낸다.

5. 등록세 및 교육세의 등기소 제출용 영수증

"임차권 등기명령용"으로 구청 세무과에서 신청한다. 서부지방법원은 2층에 등기소가 같이 있었으나 모든 구청이 그럴지는 모르겠다. 나는 은평구청에서 신청 후 고지서를 발급받아 은행에 내고 등기소 제출용 영수증을 가지고 갔다. 고지서를 발급받을 때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서나 계약서 사본을 요구한다. 법원에 제출할 신청서는 한 부지만 만일을 위해 한 부 더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다.

6. 임차인의 주소변동사항이 있는 주민등록표 초/등본

나는 등본을 떼어갔는데, 별 말 없었다. 세대주는 나지만 부동산 계약자인 임차인은 배우자여서 둘 다의 주민번호와 변동사항이 찍힌 것으로 뽑았다. 뭐가 빠져서 다시 뽑는 것보다는 나으리라고 생각해서였다.

7. 임차인의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내용증명

확정일자 사본도 제출하라고 되어있는데,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 받을 때 계약서 위에 도장을 찍어주므로 계약서 사본만 있으면 따로 사본이 필요 없다. 확정일자 도장이 잘 보이는지 복사하면서 확인할 것. 또 재계약을 한 경우에는 그 이전 계약서까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두 개의 계약서 사본을 다 제출하였다.

묵시적 계약갱신인 경우, 내용증명도 제출하라고 한다. 나는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기는 하였으나 첨부하지는 않았다. 이것 때문에 반려될까봐 조금 찝찝하다. 나는 계약만료 한 달 전에 주인이 계약조건의 변경(보증금 대폭 인상)을 통보한 경우라 묵시적 계약갱신이 아니기도 하다. 계약서 재작성 없이 만료가 되었다면 2년 연장이 된 것으로 보고, 이후 이사를 나가(게 하)고 싶으면 3개월의 여유 기간을 두어야 한다.

앞에 말한 대로 나는 신청 취지의 별지에 임대인에게 보낸 내용증명을 약술하기도 했다. 소송까지 가지 않으면 좋겠지만 이후 소송을 위한 발판이 되므로 어차피 제출하게 될 내용증명을 미리 첨부하는 것도 좋겠다.

8. 임차인의 사업자등록증 사본

이건 상가 건물에 해당하는 것이라 나는 제출하지 않았다.

9. 건물등기부등본 1통

인터넷으로도 발급 가능하다.

10. 부동산목록 1부 + 도면 6부(별지)

부동산목록은 등기부등본 상의 표제부 내용을 그대로 쓰면 된다. 주택의 일부를 임대한 경우, 도면을 6부 제출하라는데 집합 건물인 아파트라 계약한 호수의 전부로 볼지 전체 동의 일부로 볼지 몰라서 가져갔다. 대단한 도면이 아니라 포털사이트 부동산 같은 데서 층수 표시와 평면도를 뽑아 가면 될 것이다. 평면도를 구하기 힘든 주택이어도 대충 건물모양(대부분 네모일 것이다.)에 자신이 빌린 부분(이것도 웬만하면 네모겠지.)을 표시하면 된다.
*
중요한 것은 신청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원에서 자료가 미비하다고 보정 명령서를 보내올 수도 있고 거절될 수도 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등기부 등본상에 임차권이 설정된 것을 확인하고 이사를 가야 한다. 이 과정이 2~3주 걸린다. 그전에는 새 집에 이사간 이후에도 그 집으로 전입신고를 하면 절대 안 된다.

세입자들에게 포스가 함께하기를!

2017/09/23 17:06

트랜스젠더와 진정성 떪은 감

(기록용으로 페이스북에서 옮겨둠.)

주민등록증 뒷자리 앞번호가 1(3)인지, 혹은 2(4)인지 남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시스젠더인 나는 단 한 번도 없어서 트렌스젠더의 삶을 떠올릴 때마다 참 많이 놀란다. 자격시험을 볼 수 없으므로 영어 등 자격을 요구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영어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직장에 들어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적어도 4대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에는 다닐 수 없다. 계약서를 쓰거나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는 전세와 월세집에도 살 수 없다. 투표소에 갈 수가 없다.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삶의 질이 엉망이 되고 천부인권이라고도 하고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다는 시민권을 하나도 보장 받지 못한다. 거주 이전의 자유도, 선거의 권리도 없는 셈이다.

너의 액면가(?!)는 1(2)인데, 왜 2(1)의 지정성별을 갖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사회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잠시 지정성별을 가장할 수도 있다. 이 상태가 한 인간의 정서와 자아를 얼마나 파괴할까. 사람은 누구나 나 아닌 무엇을 가장하며 살아가지만 성별처럼 사회적으로 강력하게 구성되어 있는 범주를 가장하려면 그 연기를 수행하는 사람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고통이 자신의 감정과 반대로 환하게 웃으며 서비스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우울증보다 덜할 수 있을까.

당당하게 성별 불일치를 밝히고 행동하면 되지 않는가. 요행히 시험장의 감독관이, 직장의 면접관이, 셋집의 주인이 '아, 트랜스젠더시군요.'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시스젠더와 차별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고 치자. 그걸 사전에 어떻게 알 수가 있나. 적대 속에 내던져진 자에게 매 순간 테러의 공포를 이겨내라고 어떻게 요구할 수가 있나.
*
전환수술을 받는 경우에 주민등록번호를 정정할 수 있다. 구조적 폭력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주민등록 성별 정정을 들겠다. 전환수술은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성별의 전환은 지정성별 외의 성기를 소유하고 싶다는 성기 선망일 수 없다. 젠더는 자기 몸에 대한 총체적 감각을 수반한다.

전환수술 후 성별 정정은 한 사회가 한 사람이 가진 젠더의 '진정성(Chinjeongseong)'을 감별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트랜스젠더로서 시민권을 얻고 싶으면 얼마나 간절한지 내게 입증해 봐.'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진정성'으로 심사하겠다는 사고는 의외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트렌스젠더 혐오나 바이섹슈얼 혐오에는 '너는 진정성이 없는 것 같아', '너는 간절하지 않은 것 같아'라는 진정성 판별사 심리도 깔려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
나는 동성애자야, 나는 트랜스젠더야. 정체성 선언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나는 바란다. 오늘은 여성, 내일은 남성일 수도 있고, 오늘의 애인은 남성이지만 내일의 애인은 여성일 수도 있는 사회. 그러다 보니 젠더와 섹슈얼리티 구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는 사회. 하지만 현 사회는 그렇지 않다. 성별이분법과 이성애가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촘촘하게 우리의 몸을 옭아매고 있는 사회다. 아직 오지 않은 사회에서 이미 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
성중립 화장실. 내가 그리고 있는 안전하고 깨끗한 화장실에 관한 상이 있는데, 길게 말해봤자 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자꾸 지금과 똑같은 남자화장실 내지는 여자화장실의 구조에서 모든 칸을 남녀가 같이 쓴다는 모델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것 같아 조금 답답하다. 남자가 숨어 있다가 나를 강간하거나 죽일까봐 무섭다는 시스젠더 여성과 내가 소변 보는 소리가 다른 여성과 다를까봐(눈치 채이는 순간 역시 혐오로 인해 맞거나 강간 당하거나 죽거나 할까봐) 무섭다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공포에 선후가 어디 있나.

우리는 더 많이 상상해야 한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 상상할 수 없는 걸 어떻게 상상하느냐고. 그러게. 적어도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정도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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