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7 17:39

있던 여혐, 없던 여혐 떪은 감

미스김이 왜 여성혐오인지 설명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그 개념이 너무 쉬워서다.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수학을 가르치며 10분의1이 왜 0.1인지 알려줘야 할 때의 기분 같은 거랄까.

미스김이 왜 혐오인가, 라고 묻거나 그에 답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점을 혐오하며, 그것을 두고 왜 미스김이라고 부르는가. 거꾸로 질문을 되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년'이 비하 발언 아니다, '놈'이 아니라서 '년'이라 부르는 것뿐이다라는 생떼를 계속 들어야 한다.

미스Miss가 남자를 놓친(miss) 존재이고 미시즈Mrs.가 미스터Mr.의 소유's라는 설도 보았는데 아마 민간 어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배경에는 여성이 남성의 소유로 여겨지는 현실이 가로지르고 있다.

미스김의 여성혐오를 설명하기 위해 '미스'의 어원이나 그 의미를 따질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 사회는 아무 직급이 없는 여성,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업무를 하는 여성, 다방에서 차를 따르는 여성을 '미스'라고 부른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게 존경을 듬뿍 담아 부르는 사람은 평생 1명도 본 적이 없으며, 수천 권의 한국어 텍스트 속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미스김이 왜? 이것은 뻔뻔한 무지이다. 적극적인 무지이다. 몰라도 괜찮고, 외면해도 괜찮고, 우겨도 괜찮은 젠더 권력의 오만이다.

*

없던 여혐도 생기겠네.

최근 트위터에서 나의 무릎을 탁 치게 한 말은 "없던 여혐도 생기겠네."가 화자의 과거, 현재, 미래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발화라는 트윗이었다. 화자의 과거: 여혐이 여혐인 줄도 모르고 편안하게 살아왔다. 화자의 현재: 여혐이 무엇인지 알아볼 생각이 없다. 미래: 이렇게 계속 여혐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정말로 없던 남혐이 생겼다. 알아볼 의지와 이해할 의지, 공감할 의지가 1나노그램도 없는 것 같은 분들 때문이다. 여기에 지능이나 학력은 아무 관계가 없다. 밑도끝도 없는 아몰랑 빼애애애액부터 페미니스트들이 못 배운 남성들을 깔본다는 둥 삶의 경험이 풍부한 민중들을 존중할 줄 모른다는 둥 다양한 차원의 아무말 큰난리를 보아왔다.

여성이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가 그렇게 가방끈과 독서력이 있어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성차별의 양태는 다양하나 원인은 단 하나다. 거기 여자가 있으니까. 여자니까 임금을 적게 주고, 여자니까 때리고, 여자니까 무시하고, 여자니까 협박하고, 여자니까 말 안 듣고, 여자니까 만지고, 여자니까 죽인다. 그리고 페미니즘을 잘 모르겠다는 말도 여러 버전이 있지만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래도 되니까. 그렇게 살아도 되니까. 무엇이 여성혐오인지 몰라도 되니까,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자신의 권력은 도전받지 않으니까 모르는 것뿐이다.

*

어제는 '미스김'으로도 모자라 '여배우'까지 설명해야할 지경으로 수준이 떨어져 있길래 화가 났는데... 나는 아직도 모자라다. 오늘은 그게 여성혐오인지 아닌지 투표까지 하는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18층 지옥 밑에는 19층이 있건만... 아직도 덜 당했다.


1. '여성혐오'는 국어사전이 아니라 '페미니즘 용어사전'에 실려있고요. 그 사전의 내용은 비전이라 저만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시거나 책을 읽으시면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습니다.

2. 여성혐오는 여성성이나 여성적인 것을 혐오(멸시, 비하, 대상화 포함)하는 행위라고 설명해도 무리가 없지만 완전히 뒤집어서 "혐오스러운 것을 여성이나 여성성과 관계하여 규정하는 행위"로 봐야 더 정확할 것입니다.

3. 여성혐오를 이해했다면 대부분의 성차별은 여성혐오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도 당연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별이란 차이가 있는 집단을 다르게 대우하는 행위입니다. 성차에서 위계가 발생하는 것, 이것이 젠더 위계, 젠더 권력입니다.

4. 특정한 성별, 즉 여성이 특정한 다른 성별 즉 남성에 비해 비정상이다, 무능하다, 부족하다, 표준에서 벗어나 있다는 인식이 차별을 가능하게 하기에 여성혐오와 성차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식/행위가 됩니다.

5. 세상 거의 모든 행위가 여성혐오/성차별이기에 이 말은 오히려 설명력이 떨어지고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도 부족하여 저는 잘 안 쓰려고 합니다만... '미스김'이 여혐인가요? '여배우'가 여혐인가요? 수준으로 물어보면 여혐 맞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말을 설명하기 싫은데도요.


이것으로 '뭐뭐가 여혐인가요?' 프레임에는 다시는 입을 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트페미 2016/12/08 11:15 # 삭제 답글

    [그나저나 나는 정말로 없던 남혐이 생겼다] <- 화자의 과거: 남혐이 남혐인 줄도 모르고 편안하게 살아왔다. 화자의 현재: 남혐이 무엇인지 알아볼 생각이 없다. 미래: 이렇게 계속 남혐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 팝콘 2016/12/08 19:01 #

    재밌는 분이 왔다가셨네. "알아볼 의지와 이해할 의지, 공감할 의지가 1나노그램도 없는 것 같은 분"의 예시가 덧글로 뙇! 여혐은 제가 친절히 설명해 드렸고 남혐은 직접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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