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6 20:57

남해, 사천, 통영 기억에 남는 맛집 달콤한 레몬

1. 남해 [오두막] 해물모둠

남해는 이번이 두 번째 여행이다. 10년 전에는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식당에 갔었는데, 그때도 맛있는 지역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멸치쌈밥이나 갈치조림을 해안가 아무 식당에서나 먹으면 될 것 같다. 여수와 사천 사이에 있는 지역인데 다른 지역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점이 의아하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조리법도 비슷할 것 같으나 남해는 확실히 맛집을 찾기가 힘들다. 매우 아쉽다.

남해의 물빛은 고흥이나 여수, 사천이나 통영과 또 다르다. 바다색에서는 단연 으뜸이다. 해안선이 더 아름다운 곳은 남해안에 많겠지만 물빛 면에서는 남해만한 곳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래서 또 가보고 싶고 반드시 맛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식당을 찾다찾다 남해읍 뚜레쥬르 맞은편 2층에 [오두막]이라는 곳을 우연히 발견했다. 3만 원짜리 해물모둠을 시켰다. 해삼, 개불, 멍게, 전복, 굴, 낙지탕탕이 등이 나왔다. 꿈틀대는 낙지에 놀라서 사진 찍는 것을 잊었고 여행 내내 많은 해산물을 먹어서 정확히 무엇이 나왔는지 전체가 기억나지 않는다. 뒤에 나오는 사천이나 통영의 실비집과 비교해서 떨어질 뿐, 이런 집이 서울에 있었다면 매일 갔을 것이다. 낙지탕탕이는 맛과 신선도에서 여행 중 최고였다는 남편(40대 중반 해물광)의 평가다. 식당치고는 정말로 큰 수조를 보유하고 있고 고무장화를 신고 해물을 다루는 주인 아저씨의 모습이 신뢰가 갔다.

2. 사천 [아지2실비]

다음에 사천에 가면 다른 실비집들도 둘러보겠지만 아지2는 다른 실비가 없다고 해도 아쉽지 않을 만큼 좋았다. 사천 실비집들은 5만 원에 맥주 6병이 어떻게 가능한지 걱정이 될 정도다. 아지2는 신선한 해물을 주는 것도 주는 것이지만 요리 솜씨가 좋다. 간단한 무침이나 볶음에서도 솜씨를 느낄 수 있었다. 흔한 새우찜조차 신선하고 맛있다. 생선회는 활어 세꼬시였는데 회를 먹지 못하는 내게도 흡족했다. 과메기는 꾸덕꾸덕하게 잘 말린 것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맛있지 않은 것이 단 한 가지도 없다. 썰어주는 생무까지 맛있었다.

3. 통영 [벅수다찌]

벅수다찌는 두 번째 방문. 여전했고 맛있었다. 센스 있는 다찌집이고 신선하고 요리를 잘 한다. 1인당 3만5천 원에 맥주 3병. 통영 다찌집 동일 가격이다. 가끔 통영 다찌가 별로라는 평들을 보게 되어 조금 추측을 해보았다. 통영 다찌의 회는 활어회가 아니라 선어회인 것 같다. 그걸 싱싱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남편은 여기서 먹은 숭어회를 여행 중 먹은 최고의 숭어회로 꼽았다. 또 다찌는 회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해물들을 즐기는 것인데 회가 조금이라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벅수다찌의 조림, 구이, 탕 중에 맛있지 않은 것이 없었기에 우리 부부는 다시 한 번 만족했다. 따뜻한 물수건이나 여러 배려가 센스 있는 집이다. 이 집이 아니어도 물가 상승이나 박해진 메뉴를 두루 감안할 때 2인 7만 원에 이런 요리를 접할 수 있는 통영 다찌의 매력은 시들지 않았다.

4. 통영 [수정식당]과 [남옥식당]

수정식당은 아침식사를 하는 집이다. 일행이 메뉴를 통일시키지 않아도 해주신다. 겨울 거제, 통영, 사천 일대의 대구가 일품이라는 현지인의 추천에 반신반의하며 생 대구탕을 먹었다. 나 이제까지 대구라는 생선을 몰랐던 것이다. 부위별로 생선의 식감과 맛이 다르다. 쫄복국도 먹었는데 요리하시는 분이 탕을 잘 끓이시고 반찬도 전반적으로 맛있었다. 1인 8천 원의 생선회 백반이 유명한 집이었다.

남옥식당, 내 사랑 남옥식당. 아주머니 건강하셔서 마음을 놓았다. 도다리쑥국, 쫄복국, 해물탕을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고 그날 그날 시장에서 사온 재료로 만드시는 나물과 밑반찬이 입에 짝짝 붙는다. 딱 적절하게 배분된 조리시간과 조미료, 감동이다. 아주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라고 내가 가끔씩 기도도 하고 그런다.

5. 사량도 내지항 [산이랑바다랑]

일명 '소희마차' [산이랑바다랑]은 의외의 수확이다.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어서 우연히 들어갔다가 눈물 흘리고 나왔다. 첫 물메기탕을 여기서 먹게 되었는데, 이는 신이 내린 축복이다. 1인당 1만2천 원. 탕맛이나 반찬으로 볼 때 무엇이든 잘 하실 것 같다. 주인 아주머니가 젊으신 편이어서 다음에 가도 계실 것 같은데 너무 성공해서 섬을 떠나시면 어떡하지, 라는 내 위주의 걱정을 했다. 섬에 묵을 기회가 있으면 저녁에 소주 한 잔과 해물 요리를 먹고 싶었다.

아... 쓰고나니 그립고 먹고 싶네. 감사했습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행복했어요. 사장님들, 직원분들. 다 건강하세요.

덧글

  • 팝콘 2018/09/17 20:14 # 답글

    아지투실비가 1인 3만 원으로 대폭 올랐다. 여전히 싸지만 상승폭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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